[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선하고 재미있는 책이지만 누구에게나 추천하기는 애매한 책이다.
이 책은 혜인 용근 대엽과 서점 구경을 하다가 혜인이에게 선물 받은 책이었다.
책 선물을 해주겠다고 했을 때 이 책을 골랐던 이유는 그냥 물고기를 좋아하는 편이고 흔치 않은 제목이고 추천사가 굉장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서점 주인이 추천하는 책들을 진열해 놓는 서점을 갔었다. 거기서도 이 책을 매우 강하게 추천했었다.
지금은 내가 성경이에게 추천해 줘서 읽고 있는데 일상적인 쉬운 문장으로 쓰여있어서 금방금방 읽고 있는 편이다.
나는 수집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책의 도입부에서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 가진 수집에 대한 열정을 광적이게 보일 수 있을 정도로 묘사한다.
그래서 이 책을 더 흥미롭게 읽기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제목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철학적인 문장일지 과학적인 문장일지 궁금했다.
제목만 봤을 때는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할 것 같았고 그런 질문은 철학적이거나 과학적인 방향성으로 답을 찾는 것을 보통 보아왔다.
재미있게도 이 책의 제목을 만든 관점은 분류학적 관점이었다.
이 책에서 분류학적으로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언제부터인지 근거를 확인해 보다가 좋은 글을 찾아 아래 인용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쉬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 선언은 1980년대 분류학자들의 연구에 기반한다.
당대 분류학자들은 생물 종(種) 간의 관련성을 판단할 때 여러 종이 거쳐 간 시간의 흐름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새로운 특징들, 즉 ‘공통의 진화적 참신함’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생물 종 간의 미묘한 차이를 파헤치다 보면, 대다수 물고기는 자기들끼리보다는 포유류와 더 가까운 관계임을 발견할 수 있다.
외피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어류라는 범주는 사실 진화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실제로 어류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목소리를 빌려 ‘어류의 죽음’이 현재 학계에서는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출처 : 대학신문(http://www.snunews.com)
이 책이 아무에게나 추천하기 어려운 이유를 두 가지로 생각했다.
하나는 그래서? 이 물고기가 저 물고기보다 소랑 더 비슷하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 건데?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고기는 우리의 상식 속에 명확히 존재한다. 그것들은 물속에서 헤엄치고 숨을 쉬며 소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우리의 상식을 깨는 계기를 제공한다.
물고기가 존재하는지의 여부는 소재로 쓰였을 뿐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 것이다.
가끔은 책을 읽거나 대화를 할 때 정말로 하고 싶은 말보다 소재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운 책이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저자가 이 책에서 상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가져보자! 하며 그것을 자신의 외도와 LGBT 성향을 정당화하고 죄책감으로부터의 자유를 얻는 데에 적용한다는 점이다.
그러한 내용에 대해 강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어느 정도의 불쾌감이 남을 수 있어 추천하지 않는다.
나는 이전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듯이 넓은 생각의 가치를 높이 두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상식에서 벗어나는 사고는 그런 가치에 부합한다.
게다가 우리 상식에 뿌리깊이 존재하는 물고기의 존재라는 소재를 건드리면서 생각의 전환에 매우 효과적이다.
그런 부분만 취하고 오잉? 싶은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이 담긴 부분들은 가볍게 넘기며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생각해 보면 이 책을 벌써 두 명에게 선물해 읽게 했고 한 명에게 선물하려고 시도할 정도로 여기저기 소개를 했다.
화려한 추천사만큼의 가치는 가진 책이었나 보다.